저는 젊었을 때 여행을 참 좋아했습니다.
주말이면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좋아했지요.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주말이라고 마음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 문을 닫으면 그날 매출이 얼마인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까요.
그래도 가끔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가까운 사찰에 다녀오곤 했습니다. 하루 코스로 다녀오는 짧은 나들이였지만, 그때는 그것마저 자주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습니다.
그때는 먹고사는 일이 먼저였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함께 여행하고 추억을 쌓을 시간을 많이 내주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다 커서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요.
가끔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마음 한켠이 아립니다.
그런데 세월이 참 묘합니다.
아이들이 다 크고 사업도 접으니 이제는 여행 갈 시간이 생겼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며칠씩 떠날 수도 있을 텐데, 이상하게도 젊었을 때처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습니다.
시간이 없을 때는 그렇게 여행이 좋더니, 시간이 생기고 나니 오히려 집에 있는 것이 편해진 것입니다.
여행도 때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오랫동안 일에 쫓겨 살다 보니 여유를 즐기는 방법마저 잊어버린 걸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제는 여행도 일부러 마음을 먹고 계획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가 가자고 해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날짜를 정하고 기차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알아보는 것이지요.
꼭 멀리 갈 필요도 없겠습니다.
가까운 바다를 보러 가도 좋고, 예전에 아이들과 다녀왔던 사찰을 다시 찾아가 봐도 좋겠습니다.
그때는 아이들 손을 잡고 바쁘게 다녔다면 이제는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바라볼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젊었을 때의 여행이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는 즐거움이었다면, 지금의 여행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나 자신에게 쉼을 선물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6년 겨울에는 여행 정보를 찾아보는 데서 끝내지 않고, 정말 하루라도 시간을 내어 떠나보고 싶습니다.
예전처럼 설레는 마음이 크지 않더라도 막상 떠나보면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이제는 여행을 가면서 하루 매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그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아보니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함께한 시간과 추억은 돈으로 다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저처럼 여행을 좋아했지만 바쁜 생활 때문에 오랫동안 미뤄두신 분들이 계실까요?
올겨울에는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하루쯤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여행을 떠나기 가장 좋은 때는 어쩌면 모든 일이 끝난 뒤가 아니라, 내가 다시 떠나기로 마음먹은 바로 그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