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원의 한 공장에서 근로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사람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는 순간, 국민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입니다.
어린 시절, 종고모의 장례식에서
제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때였습니다.
종고모의 남편이 철강회사에서 일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종고모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새댁이었고, 슬하에는 두 살과 네 살 된 어린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종고모는 장례식장에서 목놓아 울었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가느냐고…"
"어린것들은 어쩌라고 먼저 가느냐고…"
남편을 원망하며 울던 종고모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린 저는 죽음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어른이 저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무섭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 직원이 사고 현장에서 가져온 검은 구두 한 켤레를 종고모가 있던 자리에 내려놓던 모습입니다. 그 구두는 깨끗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 구두가 왜 그렇게 오래 기억에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어린 마음에 그 구두의 주인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프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된 그 슬픔
그때는 종고모가 왜 그렇게 남편을 원망하며 울었는지 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결혼하고 자식을 키우며 살아보니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겨우 두 살, 네 살 된 아이들을 데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버지를 찾을 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남편을 잃은 아내뿐 아니라 어린 자녀와 부모에게도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였을 것입니다.
산업재해는 단순히 한 사람이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죽음이 남겨진 가족의 삶까지 송두리째 바꿔 놓는 일입니다.
이제 60대가 된 저는 그 사실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집니다.
세상은 발전했는데 산업재해는 왜 계속될까요?
제가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세상은 정말 많이 발전했습니다.
공장에는 자동화 설비가 들어서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는 로봇도 생겼습니다. 안전장비와 관리기술도 과거보다 좋아졌습니다.
그런데도 산업현장에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물론 모든 사고를 완벽하게 막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고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도 있지 않았을까요?
특히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작업이나 높은 곳에서 하는 작업, 위험한 기계를 다루는 현장에서는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난 뒤에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위험을 찾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주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사람의 생명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생산량과 납기, 비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근로자의 안전입니다.
위험한 기계는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작업장에는 필요한 안전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안전교육도 형식적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 위험을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무엇보다 근로자가 위험하다고 느낄 때 눈치 보지 않고 작업을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사업주가 안전을 비용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설비를 점검하는 데 돈이 들어가더라도 그것은 아껴서는 안 되는 비용입니다.
근로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이 있습니다.
아침에 웃으며 출근한 사람이 저녁에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사업주와 관리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책임이 아닐까요?
물론 근로자 역시 안전수칙을 지키고 위험한 상황을 가볍게 넘기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드는 책임까지 근로자 개인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검은 구두 한 켤레가 남긴 기억
창원 공장 사고 뉴스를 접하고 수십 년 전 종고모의 장례식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때 종고모는 젊은 새댁이었고, 아이들은 너무나 어렸습니다.
남편은 그날도 평소처럼 출근했을 것입니다.
가족들은 당연히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지금도 제 기억에는 종고모의 울음소리와 사고 현장에서 가져온 검은 구두 한 켤레가 남아 있습니다.
한 번의 사고가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들의 가슴에 남는지 보여주는 기억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매일 가족에게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를 합니다.
너무나 평범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인사가 마지막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람이 없는 세상, 누구나 무사히 퇴근해 가족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년 전 사고 현장에서 가져와 장례식장에 놓였던 검은 구두 한 켤레.
그 쓸쓸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는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고 통곡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삼가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