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산 닭 항생제 논란을 보다가, 15년 전 촌닭 80마리를 키우던 때가 생각났다

며칠 전 ‘브라질 치킨이 몰려온다, 유럽이 쏜 항생제 전쟁’이라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브라질산 닭고기, 유럽의 수입 규제, 항생제 관리 기준…. 처음 들으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어렵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보다 보니 저는 엉뚱하게도 15년쯤 전 직접 촌닭 80여 마리를 키웠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마당에서 키우는 촌닭과 달걀 바구니를 담은 먹거리 안전 대표 이미지
마당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촌닭과 달걀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 이미지입니다. 브라질산 닭고기 항생제 논란을 계기로 먹거리 안전과 생산 과정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글의 분위기를 담았습니다.

음식점 마당에서 촌닭 80마리를 키웠던 시절

그때 저는 음식점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로변에 있는 음식점이었는데 마당이 상당히 넓었습니다.

어느 날 촌닭 병아리를 키워보자는 생각이 들어 무려 80여 마리를 들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겁도 없었습니다.

닭들에게 사료도 주고 음식점에서 나오는 야채 파지 같은 것도 먹였습니다. 낮에는 마당 풀밭에 풀어놓았습니다. 그러면 닭들이 풀밭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쪼아 먹었습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한 마리, 두 마리 닭장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렇게 키우면서 저는 항생제를 따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닭들도 잘 자랐습니다. 조금 더 지나니 알도 낳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가져다가 요리해 먹었는데, 당시에는 참 고소하고 맛있다고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직접 키워보니 가장 힘들었던 건 냄새였습니다

그런데 닭을 직접 키워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냄새였습니다.

80마리 정도가 되니 생각보다 냄새가 상당했습니다. 매일 청소한다고 해도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아파트 생활만 해본 분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닭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닭을 키울 수는 있는데 제가 닭을 잡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닭을 잡아보겠다고 했던 일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옛날에는 닭을 잡을 때 목을 비틀어 잡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칼로 목을 치면 순간적으로 죽으니 닭도 고통을 덜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동물의 고통이나 도축 방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혼자 그렇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너무 놀랐습니다. 목이 잘린 뒤에도 닭의 몸이 한동안 움직이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된 것입니다.

당시에는 왜 그런지도 몰랐습니다. 지금 알고 보면 목이 절단된 뒤에도 남아 있는 신경과 근육의 반사 작용 때문에 몸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지, 그것만으로 의식이 남아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그 모습을 보고 나니 더 이상 닭을 잡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내가 먹으려고 키웠는데, 정작 나는 이 일을 못하겠구나.”

결국 시골 친정에 닭장을 만들어 닭들을 가져다드렸습니다. 냄새 때문에 계속 키우기도 어려웠지만, 제 손으로 닭을 잡는 일을 못하겠다는 것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련하기도 했지만, 평생 쉽게 해보기 힘든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브라질 닭 이야기를 듣다가 그때 생각이 났을까?

바로 항생제 이야기 때문입니다.

제가 닭을 키웠을 때는 작은 규모였습니다. 마당에 풀어놓고 키웠고, 제가 직접 보고 먹이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트나 식당에서 먹는 닭은 이렇게 몇십 마리씩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닭을 대규모로 키워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합니다.

그러니 질병 관리도 필요하고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항생제를 사용했느냐, 안 했느냐”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떤 항생제를 왜 사용했는지, 사용했다면 출하 전에 정해진 휴약기간을 지켰는지, 고기에 허용기준을 넘는 약물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럽이 브라질 닭을 문제 삼은 이유를 쉽게 말하면

이번 이야기를 “브라질 닭에서 위험한 항생제가 나와서 유럽이 못 먹게 했다”고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EU는 수입되는 동물성 식품에 대해 항생제 사용과 관련해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촉진이나 생산량 증가를 목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EU가 사람의 치료를 위해 따로 보호하는 특정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등을 생산국이 제대로 보증하도록 요구합니다.

브라질에 대한 이번 EU 조치의 핵심 역시 개별 닭고기에서 항생제가 검출됐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브라질의 관리·증명 체계가 EU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는지를 둘러싼 문제입니다.

그러니 아주 쉽게 표현하면, “닭고기를 검사했는데 괜찮습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닭이 어떻게 길러졌고 어떤 약을 사용했는지까지 제대로 관리했다는 것을 보여주세요”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브라질 닭은 먹으면 안 될까?

저는 그렇게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브라질산이라고 무조건 위험한 것도 아니고, 국내산이라고 무조건 완벽한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 정식 수입되는 축산물 역시 국내 잔류허용기준 등의 적용을 받습니다. 다만 이번 뉴스를 보면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거리는 가격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되겠구나.

브라질산 닭이 저렴하게 많이 들어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물가가 비싼 시대에 서민들에게 싼 가격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먹고, 우리 손주들이 먹고, 결국 내 몸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입니다.

몇천 원 싸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됐고 어떤 기준으로 관리됐는지를 소비자가 알 수 있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까요?

직접 닭을 키워본 뒤 먹거리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제가 키웠던 촌닭 80마리는 세계적인 식품안전 문제와 비교할 만한 규모는 아닙니다.

그래도 직접 병아리를 키우고, 먹이를 주고, 풀밭에 풀어놓고, 알을 받아먹고, 마지막에는 닭을 잡는 과정까지 겪어보니 한 가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쉽게 사 먹는 닭 한 마리도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긴 과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트에 가면 깨끗하게 포장된 닭 한 팩만 보입니다. 치킨집에서는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 한 마리만 봅니다. 그러니 그 닭이 어떻게 자랐는지는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이번 브라질산 닭고기와 항생제 논란을 보면서 15년 전 마당을 뛰어다니던 촌닭들이 갑자기 생각난 이유도 아마 그것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결국 우리 몸을 만듭니다.

저는 조금 애매하고 마음에 걸리는 음식이라면 굳이 먹지 않는 것도 소비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막연히 수입산을 무서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원산지를 확인하고, 정부가 어떤 검사를 하는지 관심을 갖고, 정확한 정보를 찾아본 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먹거리를 선택하면 됩니다.

싸게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먹는 것만큼은 싸다는 이유 하나보다, 알고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15년 전에는 냄새 때문에 닭 키우는 일을 그만뒀고, 닭을 잡지 못해 결국 친정으로 보내버렸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참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뉴스에서 ‘브라질 닭 항생제’라는 말을 듣다가 그 시절 닭들이 생각날 줄은 저도 몰랐네요.

먹거리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겁부터 먹기보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한 번 더 알아보는 것.

우리 가족의 밥상을 지키는 첫걸음은 어쩌면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달걀을 고를 때도 기준을 한 번 더 보게 됩니다

직접 닭을 키워 보고 달걀을 받아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요즘은 달걀 하나를 고를 때도 예전보다 표시를 더 보게 됩니다. 가격만 보기보다 원산지, 보관 상태, 생산 방식, 신선도 같은 기본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달걀을 자주 드시는 분들은 아래 달걀 상품도 참고용으로만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글의 핵심은 특정 상품을 권하는 것보다,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먹거리를 조금 더 알고 선택하자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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