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잘 안 들려 통영까지 다녀온 날, 가을 전어와 문어 한 소쿠리

요즘 들어 귀가 예전만큼 잘 들리지 않는다는 걸 자주 느낍니다.

그러던 중 직장 동료가 이명 때문에 김해에서 통영에 있는 이비인후과까지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진료를 받고 나서 전보다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귀가 잘 안 들리는 편이라 그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도 한번 가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통영까지 가려니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귀는 생활하면서 불편함이 큰 부분이라 제대로 검사라도 한번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병원에서는 청력검사를 하고 귀 상태도 자세히 살펴보셨습니다. 제가 5년 전에 중이염 수술을 했기 때문에 혹시 그쪽에 다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는 수술한 곳은 잘되어 있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청력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수술 때문이라기보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날 수 있는 변화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멀리까지 찾아간 만큼 뭔가 특별한 치료 방법이 있을까 기대했던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수술한 귀에 다른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니 마음은 한결 놓였습니다.

통영까지 왔으니 가을 전어회라도 사가자

병원을 나와 그냥 김해로 돌아가기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통영까지 왔으니 수산시장에 들러 싱싱한 해산물도 구경하고, 요즘 맛이 들기 시작한 전어회를 떠가기로 했습니다.

통영 수산시장 바닥 수조와 상인들이 보이는 전경
전어회와 문어를 구경하던 통영 수산시장 풍경입니다.

전어를 골라 회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손질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어 가게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아 전어회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기다리다 보니 제 눈에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살아 있는 문어 한 마리가 가판대의 소쿠리에서 빠져나와 슬금슬금 밖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어머, 저러다 완전히 도망가겠는데?’ 싶어 바로 주인 할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할머니, 문어가 기어나왔어요.” 그러자 할머니께서 얼른 문어를 잡아 번쩍 들어 올리시더니 저를 보며 웃으면서 한마디 하셨습니다. “사세요.” 그 말에 저도 웃음이 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에서 보니 살아 움직이는 문어가 정말 싱싱해 보였습니다. 전어회만 사려고 했는데 결국 문어까지 사고 말았습니다.

“큰 걸로 주세요” 했더니 세 마리를 챙겨주신 할머니

문어 한 소쿠리가 5만 원이라고 하셨습니다. “할머니, 그럼 큰 걸로 주세요.” 했더니 할머니께서 큼직한 녀석들로 골라 세 마리를 챙겨주셨습니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예전 같으면 이 가격에 더 많이 줬는데 요즘은 문어가 잘 잡히지 않아 가격이 좀 비싸졌다고 합니다. 그래도 제가 한 소쿠리를 사니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더운 여름날 시장에서 장사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장사해서 상가도 마련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어회 기다리다 우연히 도망가는 문어 한 마리를 발견했을 뿐인데, 그 문어 덕분에 시장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게 됐습니다.

가을 전어는 역시 고소했습니다

손질을 마친 전어회를 가지고 친정부모님 댁으로 갔습니다.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소한 맛으로 유명하지요. 실제로 싱싱한 전어회를 먹어보니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왔습니다.

전어는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고 EPA와 DHA 같은 오메가3 지방산도 들어 있는 생선입니다. 제철에 맛있게 먹으면서 영양까지 챙길 수 있으니 더 좋았습니다.

싱싱한 문어도 친정부모님과 나누었습니다

문어 세 마리 가운데 제일 큰 것은 제가 가져왔습니다. 곧 추석이 다가오니 차례 준비할 때 사용하려고 잘 보관해두었습니다. 나머지는 문어를 좋아하시는 친정부모님께 삶아 드시라고 드렸고, 작은 것 한 마리는 그날 바로 삶아 전어회와 함께 먹었습니다.

문어는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으면서 지방은 비교적 적은 해산물이고, 타우린과 비타민 B12, 셀레늄 등의 영양소도 들어 있습니다. 다만 몸에 좋다고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서 즐기는 게 좋겠지요.

그런데 제가 문어를 삶으면서 한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혹시 덜 익을까 싶어 조금 더 삶았더니 문어가 약간 질겨졌습니다. ‘조금만 덜 삶을걸.’ 먹으면서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싱싱한 문어를 사게 되면 크기에 따라 익는 정도를 잘 살펴 너무 오래 삶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래도 고소한 전어회에 갓 삶은 문어까지 곁들여 친정부모님과 함께 먹으니 참 맛있었습니다.

병원 때문에 떠난 길에서 생긴 뜻밖의 즐거움

처음에는 직장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혹시 제 귀에도 도움이 될까 싶어 김해에서 통영까지 찾아간 길이었습니다. 특별한 치료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5년 전 중이염 수술한 곳이 잘되어 있다는 것도 확인했고 현재 청력 상태도 검사해봤으니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와 수산시장에 들러 가을 전어회를 사고, 전어회를 기다리다 우연히 소쿠리 밖으로 도망가는 문어를 발견해 문어 한 소쿠리까지 샀습니다. 친정부모님과 둘러앉아 고소한 전어회와 문어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귀 때문에 시작된 통영행이었지만, 돌아보니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와 도망가던 문어, 그리고 친정부모님과 함께한 한 끼까지 소소한 추억이 하나 더 생긴 하루였습니다.

댓글 남기기